한우 가족에 기생한 짜파구리 가족들


갑작스런 폭우로 인해 캠핑을 취소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한 가족 아이들 엄마가 입주 가사도우미에게 전화해 한 가지 지시를 내립니다 배고픈 아이를 위한 간식으로 짜파구리를 만들라는 건 이상할 게 없지만 부잣집 사모님답게 특별한 주문을 합니다 짜파구리에 한우 채끝살을 곁들이다니 그 맛이 어떨지 상상만 해도 군침이 도는데요 과연 그녀는 난생 처음 만들어보는 한우 채끝살 짜파구리를 8분 안에 완성해낼 수 있을까요 영화 기생충은 극과 극의 삶을 사는 두 가족의 예측불가능한 만남을 그린 가족희비극입니다 봉준호 감독의 일곱번째 연출작인 영화 ‘기생충’은 한국영화 역사상 최초로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하게 되면서 역대급 명작의 반열에 오르게 된 작품인데요 영화의 주제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식탁 장면과 특별한 음식이 등장하는 영화라서 영화의 식탁에서 소개해드리고자 합니다 기택네 가족이 식탁에서 삼겹살을 구워먹고 있습니다 요즘 같은 취업대란 시대에 온 가족이 다 취업에 성공했으니 마땅히 자축할 일이긴 한데요 그런데 일가족 네 명이 모두 다 같은 집에 취직을 했다니… 뭐 이런 기막힌 일이 다 있나 싶지만 여기에는 훨씬 더 기가 막힌 사연이 있습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전원 백수였던 기택네 가족은 곰팡이 핀 식빵이라도 뜯어먹고 피자 박스 접기 아르바이트로 반찬값 아니, 맥주값이라도 벌면서 근근히 살아가고 있었는데요 어느 날 기우의 어릴 적 친구인 민혁이 산수경석 하나를 이 집에 선물하면서부터 정말 놀랍게도 이 가족들에겐 재물과 운이 따라붙기 시작합니다 명문대 재학생인 민혁은 유학을 갔다올 동안 자신이 하고 있던 다혜의 영어 과외를 기우에게 대신 좀 맡아달라고 부탁을 하는데요 하지만 기우는 대학생이 아니라 4수생이라는 것이 함정이지만 그 문제는 기정의 놀라운 손재주로 간단히 해결됩니다. 그 덕분에 기우는 평생 가볼 일이 없을 것 같던 부잣집의 대저택에서 ㅜ과외교사 면접을 보게 되는데요 학부모 앞에서 첫수업을 한다는 건 여간 부담스러운 상황이 아니지만 기세좋게 공개수업 테스트를 통과한 기우는 이 집의 영어 과외교사로 입성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 집의 막내 다송이에게도 미술교사가 필요하단 얘기를 듣게 된 기우는 불현듯 어떤 꿍꿍이를 떠올리게 되는데요 그것은 바로 미대 지망생인 동생 기정이까지 이 집에 미술교사로 입성시키자는 계획이었습니다 문서 위조하는 손재주만 좋은 게 아니라 사람 홀리는 말재주도 좋은 기정은 어려운 미술치료 단어까지 써가면서 열연을 해보인 덕분에 이 집에 미술교사로 입성하는데 성공하게 됩니다 무료 와이파이 신호를 찾아 집안을 이리저리 돌아다닐 정도로 찌질이 가난했던 백수 신세에서 하루 아침에 부잣집 과외교사 자리를 꿰찬 자식들 덕분에 기택네 가족은 모처럼 외식도 하게 되는데요 아버지 기택의 대리기사 경력을 확인한 후 또 다른 계획을 꾸미는 기우와 기정 자식들이 대학 졸업장을 위조한 걸 보고도 아버지로서 혼을 내긴 커녕 오히려 오히려 자식들의 손재주를 대견해 했던 이상한 아버지 기택은 이번에는 아예 자식들의
꿍꿍이판에 적극 동참하여 예민한 박사장의 주행 테스트를 무사히 통과하면서 박사장의 운전기사로 취직하게 됩니다 그렇게 되고 보니 가족 중에 아직 일자리가 없는 사람은 엄마 충숙 뿐인데요 결국 기택과 두 남매는 박 사장네 집에서 가장 오래 상주해왔던 입주 가사도우미 문광마저도 복숭아를 이용하는 계획을 세워서 해고 되게 만들어버리고 결국 온 가족이 같은 집에 취직하게 되는 전대미문의 쾌거를 이루게 된 것입니다 그 덕분에 오랜만에 삼겹살 파티까지 열게 된 기택네 가족 이 네 사람이 한 가족이라는 사실만 밝혀지지 않는다면 당분간 생계유지 걱정은 안 해도 될 것 같은데요 한 가지 문제는 이들의 몸에서 나는 특유의 냄새입니다 똑같은 섬유유연제를 쓰기 때문에 나는 향기가 아니라 반지하에 사는 사람들에게서만 나는 쾌쾌한 냄새 하지만 기택은 자칫하면 이들 가족의 사기행각이 들통날 수 있는데도 당장 냄새 문제를 해결할 계획을 세우기 보다는 온 가족이 취업에 성공한 기쁨만을 즐기려고 합니다 마치 가족 사기단처럼 위장취업을 한 것에 대한 일말의 죄책감이나 양심의 가책 따윈 전혀 없이 말이죠 그러던 어느 날 기택네 가족은 젠틀한 박사장이 그토록 싫어하는 선을 넘는 행동을 하게 되는데요 박사장네 가족이 모두 캠핑을 떠난 날 기택네 가족은 주인 없는 빈 집에서 주인 노릇을 하며 온갖 호사를 누립니다 최고급 생수도 맘대로 마시고 최고급 위스키도 종류별로 조금씩 다 따라서 마셔보고 맛있는 육포인줄 알고 강아지 간식도 먹고 말이죠 하지만 이들 가족의 짧았던 행복은 여기까지가 끝이라는 것을 알려주듯 심상치 않은 벨소리가 울립니다 사실 기택네 가족에겐 일종의 머피의 법칙처럼 가족끼리 단란하게 술 좀 마시려고만 하면 꼭 훼방꾼들이 나타나곤 했었는데요 그런데 이번에 나타난 훼방꾼은 반지하집 창가에 오줌을 누는 취객 정도가 아닙니다 그 사람은 바로 기택네 가족 때문에 이 집에서 쫓겨났 입주 가사도우미 ‘문광’이었습니다 그런데 엎친 데 덮친 격인지 아니면 말이 씨가 된 건지 갑자기 연교에게서 전화가 걸려와 다송이 먹일 짜파구리를 만들어 놓으라는 특명까지 떨어집니다 그것도 겨우 8분 안에 말이죠 발등에 불이 떨어진 기택네 가족은 잔뜩 어질러 놓은 집안도 치워놓아야 하고 갑자기 찾아온 훼방꾼 문광도 처리해야 하고 그냥 짜파구리도 아닌 무려 한우 채끝살이 들어간 스페셜 짜파구리도 만들어야 하는 긴박한 상황에 처하게 되는데요 과연 기택네 가족은 이 모든 난관을 극복하고 이 집에서 무사히 빠져나갈 수 있을까요 영화 기생충은 보는 사람에 따라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영화적 장치들이 꽤 많이 등장하는데요 그중에도 특히 계단은 상류층과 하류층으로 극명하게 나누어지는 인간 사회의 수직적 관계를 매우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치입니다 그래서 이 영화에는 다양한 계단 장면이 굉장히 자주 등장하는데요 바로 그런 이유 때문에 수평적 관계를 상징하는 식탁 장면이 이 영화에서 더욱 각별한 의미를 갖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평상시에는 마주칠 일조차 없을 박사장네 같은 상류층 사람들과 기택네 같은 하류층 사람들이 서로 얼굴을 마주하게 되는 경우는 대략 세 가지 경우뿐입니다 아이들 과외교사를 면접볼 때나 외제차 운전기사와 입주 가사도우미의 서포트를 받는 때 정도만 말이죠 그래서일까요? 이 대저택에는 박사장네 가족 4명과 기택네 가족 4명이 함께 앉을 수도 있을 만큼 넓고 기다란 만찬용 식탁이 있지만 이 식탁에서 누군가 식사를 하는 장면은 이 집의 안방마님인 연교가 한우 채끝살 짜파구리를 먹는 딱 한 장면 뿐입니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은 영화 초반, 기우가 처음 이 집에 들어올 때 처음으로 등장하는 이 집의 식탁에는 의자가 분명 8개만 놓여있었는데요 연교가 혼자서 짜파구리를 먹는 이 장면에서는 식탁에 놓인 의자가 10개로 늘어나 있다는 것입니다 이 집의 주인인 박사장네 가족 4명에 이 집에 몰래 들어와 있는 기택네 가족 4명 외에도 이 집에는 지금 현재 2명의 사람이 더 있다는 것을 택징적으로 보여주려는 것처럼 말이죠 그렇다면 단 네 가족만 사는 이 저택에 이렇게 큰 식탁을 놓아둔 이유는 무엇이며 어느 순간 식탁의 의자가 10개로 늘어나도 이 식탁에 사람들이 모두 앉아있는 장면은 한 번도 나오지 않는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요? 그것은 바로 이 식탁이 영화 ‘기생충’의 주제를 함축적으로 보여주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요 이 식탁에 4명이 앉을 수 있든 8명이 앉을 수 있든 10명이 앉을 수 있든지 간에 박사장네 가족과 기택네 가족이 같은 식탁에 앉아 밥 먹을 일은 절대로 없을 거라는 불편한 진실 곱등이나 바퀴벌레와 함께 살면서 반지하 냄새나 풍기는 하류층 사람들은 상류층 사람들이 사는 대저택의 계단 아래에서 그들 몰래 기생하며 살아갈 수는 있어도 상류층 사람들이 밥을 먹는 식탁 위에서 그들과 함께 공생하며 살아갈 수는 없다는 씁쓸한 현실 그것이 바로 이 영화의 식탁이 상징하는 인간 관계의 절대로 넘을 수 없는 ‘선(線)’이 아닐까 싶습니다 영화의 식탁 ‘기생충’ 편이었습니다

100 Replies to “한우 가족에 기생한 짜파구리 가족들”

  1. 솔직히 말 해서 짜파구리는 김성주가 아어가에서 만든거 아닌가요? 뭔가 김성주가 이 영화를 봤다면 뿌듯하겠네요

  2. 현실에서 정말 있을법하고 공감이 많이 가는 내용이라 정말 재밌게 봤습니다 박소담의 연기가 가장 인상깊었습니다 송강호분의 연기력도 한몫 하셨구요 추천합니다 ^^

  3. 정말 있을법한 일이다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네요 ㅎㅎ 허나 현실적으로 가능성..1%나 있을지 모르겠군요… 영화보는동안 공상과학영화 보는것처럼 현실성없다라는.. 생각을하면서보긴 봤는데… 재미는 있더라고요 ㅎㅎ 영상잘봤습니다.

  4. 근데 냄새는 돈을벌고있으니까 냄새다른 향수를 여러개사서 각자쓰면 냄새가 달라서 냄새로는 안들킬텐데

  5. 진짜 어제 다운받아봤는데 봉준호 감독 어떻게 이런스토리를 생각해냈는지 ….. 송강호 배우님도 다른배우님들도 연기력진짜 …하 … 인생영화됬어요 이거 진짜 ㅠㅠ

  6. 영화관에서 아빠 엄마 누나 나 이렇게 4명이서 봤는데 15세 관람가라 야한거 안나올줄 알았는데 야한거 나와서 개뻘쭘해지고 민망해짐;;

  7. 부가 주는 두 가족 사이의 괴리감이 너무 와닿았던 영화. 한쪽은 비 때문에 집이 물에 잠겨 수재민이 됬는데, 한쪽은 비 덕분에 하늘이 깨끗해졌다며 호화로운 파티를 하며 각자의 상황에서 통화하던 장면을 잊을 수 없어요

    애초에 사기로 그 집에 취직한 행동이 옳진 않지만, 그 궁궐에서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며 그래도 살아보려고 아둥바둥하던 송강호 가족이 안쓰럽기도 했음

  8. 제가 본 영화중에 역대급. 칸 영화제 수상 받았다길래 와 봐야겠다 하면서 봤는데 예상보다 더 더욱 흥미있고 감명 깊게 봤어요. 너무 긴장해서 극에서 조용한씬에 제 심장소리가 들릴정도… 너무너무 잘 본 영화에요. 봉준호 감독 작품은 앞으로 나올때마다 무조건 보려구요

  9. 기생충 이름만 들엇을때 벌레때메 바이러스 퍼져서 사람들 하나씩 죽는 재난영화일줄알앗는데

  10. 저 이거 영화관에서 엄마랑 봤는데 15세라서 뭐 나와도 좀 잔인한 정도겠지 했는데 야한 장면 나와서 ㄹㅇ 당황했어요 하하하 …. 저는 막 일부러 다른 말하고 엄마가 보지 말라고 하고 😓😓😓

  11. 기생충 보면서 재미있기도 했지만
    한편 가슴이 싸아 했어요.
    짜파구리에 채끝살 왕창.
    듣보잡인 사람들도 많았을것 같아요.
    비가 비가 그리오면서 지하집이 다 젖고……..

  12. 와~~ 정말 최고의 리뷰입니다. 식탁의자 갯수는 생각도 못했네요. 요즘 영화 유튜버 중 가장 좋아합니다. 숨겨진 진주같은 영화의식탁~!

  13. 아주머니 돈줄때 10만원빼고 주면서 돈더줬다는얘기했을때 난그거보고 재밌었는데 다른영화관사람들은 못보셨는지 가만히계시드라..뻘쭘

  14. 영화의 식탁에서 청설 리뷰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청설보고 대만에 도시락 사먹으러 가고싶었어요

  15. 내 인생에서 가장 무서웠던 공포영화 진짜..cg로 떡칠한 애나벨 같은 공포영화 하나도 안무서운데 이건 진짜 공포 그 자체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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